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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사] 구글·산리오·라인과 일하는 AR 스타트업 ‘애니펜’

2017. 08. 09

학창시절, 미술학원 교사가 포기할 정도로 손재주가 없던 ‘만화 덕후’ 전재웅 대표는, ‘누구든 손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됐다. 어렸을 적의 꿈이라면 금새 잊어버릴 만도 한데, 그는 이를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8년간 컴퓨터과학 연구를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사 생활을 하던 연구실의 선후배와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 바로 애니펜(Anipen)이다.

애니펜은 이미 구글, 산리오, 라인 등 글로벌 대기업의 AR 컨텐츠 파트너사로 일하고 있는 강소 기업이다. 그들이 그리는 AR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전재웅 대표를 만나봤다.

애니펜 전재웅 대표

■ 구글, 산리오, 라인과 일하는 AR 스타트업 

AR 기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는 ‘오타쿠’였다. 학창시절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선생님이 ‘이 아이는 못 가르치겠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특별한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꿈꿨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니펜은 ‘애니메이션 펜슬(Animation Pencil)’의 줄임말로, 3D 애니메이션을 연필로 낙서하듯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목적을 이루기에 AR이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8년간 석박사 생활을 하며 뜻이 맞았던 연구실 선후배와 손을 잡고 2013년 회사를 차렸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쟁쟁한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 구글, 일본 산리오, 한국 라인 등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라인프렌즈 플래그쉽 스토어에 AR존이 운영되고 있다. 설치된 지 채 3달이 안 됐는데, 벌써 2만 편의 영상이 나왔다. 하루에도 200편이 넘게 현장에서 영상이 제작되고 있다. 산리오와는 여름 축제인 ‘마쯔리’ 현장에 키티 캐릭터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계를 협업해서 설치했다. 반응이 좋아 산리오 캐릭터를 추가로 넣어 적절한 장소에 상시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구글, 퀄컴의 AR 컨텐츠 파트너사로 협력 중이다.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 AR존 (출처=라인프렌즈 블로그)

가장 대표적인 컨텐츠로 ‘내 손 안의 뽀로로’를 꼽았다.

그렇다.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와 올해 내로 100편가량의 에피소드를 제작하기로 했다. 아이코닉스와 우리를 연결해준 건 구글이다. 아이코닉스는 유튜브에게도 좋은 파트너사다. 뽀로로 시리즈가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AR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하면서, 같은 한국에 있는 두 기업이 모르는 사이라는 걸 의아해하며 구글이 서로를 소개해줬다. 과거 실물 영상 촬영본에 움직이는 캐릭터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초 당 몇천만 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애니펜의 AR 저작 도구인 ‘애니베어(AnibeaR)’를 활용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애니베어로 만들어진 ‘내 손 안의 뽀로로’는 세계적으로 600만 뷰를 넘겼다.

아이코닉스와 협력해 만든 ‘내 손안의 뽀로로’

■ ‘AR 인스타그램’ 만드는 것이 목표

이야기를 듣다 보니, MCN 분야에서도 관심이 많겠다.

실제 많은 MCN 채널과 크리에이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공개할 수는 없으나, 이미 협업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뽀로로 시리즈가 600만 뷰가 넘으면서, 어설프게 흉내 내는 MCN 컨텐츠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1인 크리에이터들도 원하는 캐릭터를 영상 안에 넣어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기술을 모르는 대중도 앱만으로 AR 영상을 만들 수 있나. 

그렇다. 올 하반기 AR 저작 도구인 애니베어가 B2C 앱으로 출시된다. 뽀로로, 라인 등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영상에 넣어 1, 2분만에 움직임과 대사를 바꾸고, 하나의 드라마를 구성할 수 있다. 눈앞의 공간 속에 무수히 많은 스케치북이 생기고, 사용자는 손가락 하나로 캐릭터의 동선을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거다. 향후 애니베어로 만든 AR 컨텐츠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전용 SNS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방향성이다. ‘AR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애니펜의 AR 제작앱 ‘애니베어’를 활용해 만든 영상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는 건가.

그렇다. 플랫폼이 되고 싶다. AR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AR 컨텐츠를 생성해서 자유롭게 공유하는 SNS을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AR 기술 자체의 허들이 높은 데다가, 지금까지 3D 컨텐츠를 일반인이 저작(Authoring)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가 없었다. 여기에 SNS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러모로 스타트업 단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시도다.

어려운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애니펜이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AR 기업은 많다. 하지만 애니펜은 분명 그 중 독보적인 개성이 있는 기업이다. AR 기술을 아무리 고도로 개발시켜 봤자, 스타트업으로서 테크 자이언트들과 경쟁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나와 우리 팀은 연구소 시절서부터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우리의 고유 기술과 AR 기술이 만나, ‘AR 스토리텔링 및 오서링(Authoring,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개발)’을 대중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AR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애플, 구글, MS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 계획인가.

협력이다. 구글, 애플, MS, 퀄컴은 구조를 세우는 기업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잘 만들어놓은 바닥 위에 저작 엔진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갖추어 둔다고 해도,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컨텐츠와 플랫폼이 없다면 헛수고다.

얼마 전 애플이 내놓은 AR 개발 도구인 ‘에이알 키트(AR Kit)’는 AR 대중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애니펜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처음 AR 키트가 발표됐을 때, ‘애니펜에게 안 좋은 소식 아니냐?’고 묻던 지인도 있었다. AR 기술을 개발자들이 쉽게 연구하고 쓸 수 있게 풀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하드웨어 지원이 많아질수록 사용자들의 AR 경험은 좋아진다. 또 대중이 AR에 익숙해지면 애니베어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질 거다. AR의 인지도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 좋은 기회라고 본다.

모바일 AR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생활에 꼭 필요한 걸까? 

홀로렌즈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는, 단순히 VR과 AR 영상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다. 엔지니어로서 평가하자면 홀로렌즈는 인간이 상상하는 기술의 80%를 구현해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살고 있는 공간 자체가 각 개인의 컴퓨팅 공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기계는 인간의 몸의 동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인류가 컴퓨터를 몸에 장착하게 되면, 일상의 매 순간 콘텐츠를 필요로 하게 될거다. 애니펜은 애니메이션 제작과 같은 오락 분야 AR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비오락적 분야 컨텐츠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나. 

우리 기술은 하드웨어가 웨어러블로 갈수록 각광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쓰이지만, 생활 전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이를테면, 한 가게의 주인이 디지털 점원을 세워놓고 고객을 응대한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이 지나가면 인사해’라는 일종의 프로그래밍을 우리 앱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다.

AR 컨텐츠 중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최근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결론적으로 일상을 AR로 덮는 형태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나에게 호의적인 디지털 캐릭터가 심겨 있다면 정서적,오락적 만족감이 매우 클 것이다.

주요 국가의 AR 컨텐츠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현재 AR 컨텐츠의 활용은 오락과 정보 제공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정보 제공 분야 쪽보다는 오락적으로 컨텐츠 확산이 이루어질 여지가 많다. 국가별로 AR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른데 일본은 IP 강국이기 때문에, 캐릭터 활용 측면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반면 미국은 AR을 차세대 미디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본인들이 선점하고 지배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태도다. 중국의 경우 하드웨어 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AR 컨텐츠나 소프트웨어 방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

■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가 경영 철학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려고 하는 말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순수한 연구자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굉장히 거친 일 아닌가. 어느 순간 왜 나쁘고 이기적인 CEO 생기는지 알겠더라. 하지만 조금씩 타협하다 보면 어느 날 내가 과거에 욕했던 CEO의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언제나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지키려고 한다. ‘나중에 잘되면 해줄게’ 하지 않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식대, 운동비, 교육비 지원 등은 회사 사정이 어떻든 회사를 닫는 순간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목요일에는 전 직원이 함께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에 조기 퇴근한다.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다. 이런 규칙들을 꼭 지키려고 한다. 나 스스로가 변질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

좋은 인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애니펜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회사인가. 

업계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애니펜은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던 AR 업계에 ‘컨텐츠 제작을 통한 광고 수익’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기업이다. 파트너쉽을 통해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류 최초의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좋은 직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인재를 기다리고 있나. 

우리는 엔지니어 기반의 회사다. 소위 말하는 공대 출신이 너무 많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가량이 기술자다. 그렇기 때문에 의외로 문과 출신의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공대 사람들은 각이 딱 맞아 떨어져서 잘 맞물려 돌아가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끈적함은 부족하다. 감성을 보충해줄 수 있는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 달라.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AR 컨텐츠도 애니베어를 통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목표다. 또 올해 내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더 글로벌한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 현재 직원이 30명 정도인데, 연내로 100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역사에 남는 AR 기업이 되고 싶다. 지켜봐 달라.